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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일기는 안 되고 십자가는 된다?

출처 : 패스티브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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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민족에게나 그 문화권 안에서 금기시하는 특정한 사물이 존재한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유난히 싫어하고 금기시하는 것을 꼽으라면, 단연 ‘욱일기’라 하겠다. 욱일기는 일본의 국기인 일장기의 붉은 원 주위로 붉은 직선들이 뻗어나가는 모양을 하고 있는데 붉은 원은 태양을, 직선들은 욱광(旭光), 즉 햇빛이 퍼져나가는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다. 명칭은 떠오르는 태양의 기운을 담은 깃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몇 년 전, 모 대학교의 학생들이 욱일기가 연상되는 그래픽 효과를 광고에 사용했다가 뭇 사람들의 질타를 받은 적이 있다. 또한 욱일기 모양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방송에 출연한 모 연예인은 논란이 붉어지자 SNS를 통해 공개사과를 하기도 했다.


이렇듯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있어서 욱일기는 싫고 꺼려지고 금해야 할 대상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국민들이 욱일기를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단순히 일본을 상징하는 일장기가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식민통치를 받은 뼈아픈 역사가 있다. 제국주의와 군국주의로 무장한 일본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무자비하게 우리 민족을 괴롭히고 우리의 문화와 정신을 짓밟았다. 이때 일본이 그들의 상징으로 내걸었던 것이 바로 욱일기다. 


욱일기 안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나라들을 손아귀에 넣고 ‘떠오르는 태양’, 즉 아시아의 중심이 되고자 했던 일본의 야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내 나라를 말살하고 내 나라를 삼키는 데 사용되었던 욱일기를,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어찌 좋아할 수 있겠는가. 욱일기의 형상을 보기만 해도 분노를 느끼고 치가 떨리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우리 민족의 정서인 것이다.


욱일기가 우리나라를 말살하고자 사용되었던 도구라면, 십자가는 예수님을 죽이기 위해 사용되었던 도구이다. 그렇다면 교인들은 예수님을 죽게 만든 십자가를 보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을 신성시하고 거룩한 존재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십자가가 경배의 대상물이 되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십자가 형상 자체가 이방 신의 상징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십자가는 그 존재만으로도 끔찍한 사물이다.


고대 로마에서 행해졌던 여러 사형제도 중에서 가장 가혹하고 중한 형벌이 바로 십자가형이었다. 예수님께서는 이 십자가형을 받아 죽임을 당하셨고, 이후 수많은 초대교회 성도들도 십자가형으로 죽임을 당했다. 한마디로 십자가는 우리 영의 아버지와 형제들을 죽인 ‘사형도구’인 것이다. 그래서 당시 초대교인들은 십자가를 무척이나 끔찍하고 무서운 존재로 여겼다. 


“그리스도인들이 십자가를 기독교에 대한 상징으로서 공식적으로 사용하게 된 것은 콘스탄틴 시대부터였다. 초대 교인들에게 십자가는 말만 들어도 몸서리치는 것이었으므로, 십자가를 심미적으로 미화시킬 위험성은 전혀 없었다.” (Baker’s 신학사전)


안타깝게도 십자가가 예수님을 죽게 한 사형도구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사람은 드물다. 오히려 십자가를 가지고 액세서리로 이용하는 등 멋을 내는 데 쓰인 지 오래다. 욱일기 티셔츠를 입은 연예인을 나라의 원수인 양 맹렬히 비난했던 사람들이 유독 십자가에는 관대하다.


특히 기독교인이라 자처하면서 예수님을 죽인 도구를 숭배하는 모습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말만 들어도 몸서리쳐지는 사형틀을 교회 맨 꼭대기 위에 세워놓고, 집에, 자동차에, 팔에, 목에, 귀에 걸고 하나님께 복을 바라는 모습은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광복절에 욱일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보다 훨씬 더 몰상식하고 어처구니없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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