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
어머니
제 마음은 먹색입니다
어둠이며 흑암입니다
어느 한 날
내 마음 가운데 떨어진 지우개 하나
제 살 검어지는 줄 모르고
제 몸 닳아지는 줄 모르고
검은 내 마음 새하얗게
지우고 또 지우더이다
다시는 어두워지지 않겠노라
더러워지지 않겠노라
다짐하면서도
여전히 얼룩진 내 마음 한 구석
그적마다 다시금
고통의 흔적 흩날리며
다시 지우고 또 지우고
뒤돌아보니 어느새
볼품없이 닳아진
지우개만 덩그라니
어머니
아직까지 당신의 생명 갉아먹는
이 죄인 된 자녀 위하여
그 모습 상하고 또 상하시나이까
여전히 당신의 목숨 움켜 삼키는
이 패역한 자녀 위하여
그 희생 아끼지 아니하시나이까
어머니의 사랑과 눈물로
새하얗게 된 우리들
더럽혀지지 않는
얼룩지지 않는 모습으로
영원하게 하소서
엘로히스트 가운데 제16회 멜기세덱 수상작 - 시